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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여하는 의사가 되고파”

중앙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양세령양 기고문

중앙대 양세령 | 기사입력 2010/08/09 [13:23]
나는 AMSA Korea라는 의대생 연합동아리의 회장으로, 그동안 동아리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해 왔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차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짧은 방학이지만 메청캠에 지원했다.

▲  중앙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양세령양
첫날 그리고 둘째 날의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매우 기대하고 있던 프로그램이었다. 전문분야를 소아과로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근거리던 내 마음은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내 눈 앞에 있던 환자들은 평생을 누워 지내는 중증 뇌성마비 환자들이었다. 첫날 봉사를 하는 내내, 이들이 살아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라리 죽게 도와주는 것이 인도적 차원에서 더 나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둘째 날 오전에도 같은 병실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이들이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오후에는 다행히 다른 병동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 역시 뇌성마비 아이들이 있었지만, 더 어리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병실이었다. 그래도 그곳의 아이들은 기어 다니기라도 했다. 처음에는 역시 거부감이 들었지만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울면 안고 달래주면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의 본성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매우 가슴 아팠던 것은 아이들이 애정에 매우 목말라 있다는 사실이었다. 빽빽 울다가도 안아주기만 하면 울음을 그쳤고, 다시 내려놓으면 얼마 후 다시 안아달라고 칭얼거렸다.

그러나 간호사님이 몇몇 아이들은 손 타면 안 된다며, 그러면 나중에 밤새 운다고 못 안게 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들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 이곳에 버려졌지만, 돌보는 손길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하는 어린 아이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당연히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것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그런데 단지 밤에 울기 때문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애정을 줄 수 없다니 가슴 아팠다.

간호사님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그래서 4박 5일이 끝난 지금에도 그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캠프가 끝난 후 서브인턴이니, 동아리니 시간의 여유가 없지만 꼭 한번 시간을 내어 다시 그 아이들을 찾아가고 싶다.

셋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행한 한센인들에 대한 봉사는 내가 생각조차 못했던 봉사였다. 나름 귀하게 자란 아가씨(?)였기 때문에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했던 이런 막노동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신선하고 유익했던 경험이었다.

20살 이후로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던 나. 아직 학생이지만 의사처럼 대해주는 애매한 존재. 의대생이라는 우월감과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약간의 자괴감을 안고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살았던 나에게 이번 막노동은 ‘너는 학생이지 아직 의사가 아니다. 네가 진정 할 수 있는 봉사는 의료봉사가 아닌 막노동’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의대생의 정체성에 대해 확실히 결론 내려준 것이다.

나는 이번 캠프를 통해 확실히 많은 것을 느꼈고,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해온 동아리 활동이 정말 필요했던 것이라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캠프를 주최하고 진행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한 가지 약속을 드린다. 반드시 ‘사회에 참여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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